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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번 주말에 내려갈께요” “추운데 힘들게 뭐하러 오니, 애들 감기 걸릴라 집에서 쉬어라” 홀로 계신 어머니 자주 찾아뵙고 잘해야 한다고 외삼촌은 나를 볼 때마다 닥달하지만 용감한 우리 엄마는 언제나 “심심할 여가도 없는데 뭐가 걱정이니!, 책도 봐야하고 노인교실에 가서 노래랑 춤도 배우고, 봉사활동도 가야하는데 오지 마라. 주말엔 나도 하루 쉬어야지!” 웬만한 직장이 있는 사람보다 더 바쁜 우리 엄마의 답변이시다. 물론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정신이 없고 하루종일 뒤치다꺼리 하느라 더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은 섭섭하리 만큼 냉정하게 차단하는 엄마를 보며 때로 든든하기도 하고 ‘혹시 일부러 저러시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도 된다. 아이들 키우며 맞벌이 하는 우리 부부는 실제 주말에 어디 놀러가기보다는 쉬고싶은 생각이 더 간절하다. 매일 퇴근시간에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와 씻기고 먹이고 공부까지 봐줘야하는 아내의 노동력도 장난이 아니거니와 연구직으로 늦게까지 실험실에 남아야하는 나 자신도 집안 대소사는 물론 처가 대소사까지 참석해야할 때는 솔직히 짜증이 날 때가 더 많다. 인사치레하고 효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 때로 큰 굴레가 되어 가슴을 짓누르게 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내 마음을 언제나 가볍게 해주는 분이 바로 우리 엄마다. “야! 부모에게 효도하기가 그리 쉽니! 나 봐라, 너한텐 모든 걸 다줘도 할아버지 할머니껜 언제나 뜯어온다. 그게 자식이라는 거야. 나한테 효도하려 말고 자식이나 잘 키워, 그게 다 내리내리 갚아나가는 거다.” 젊은 사람들이 옛날처럼 효도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며 사는 엄마 덕에 나는 결혼해서도 부담없이 살고 있다. 내 결혼기념일날 전화를 해서는 “아니 이런 날 뜨거운 밤을 보내야지, 그렇게 대강대강 지내면 되니!” 하고 말해 아내를 웃게 만든다. 그런데 때로 서운한 말도 거침없이 해대는 엄마는 아내가 둘째를 가졌을 때도 냉정하게 잘랐다. “난 애 못봐준다. 너희가 알아서 키워라. 난 오라는데 없어도 갈 데가 많은 사람이야, 그리고 다 들 정신없이 힘들게 애 키우고 살았다. 그렇게 눈물겹게 키워야 자식이 더 애틋해지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애를 맡길 수가 없는데도 미리 차단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요즘은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나닐 때라 정신이 없는데 가면 이런 말도 빼놓지 않는다. “얘, 손자들은 올 때 반갑고 갈 땐 더 반갑다더라～”하고. 그래서 장남인데도 별 걱정없이 부모 고마운줄도 모르고 세월을 보내는데 어느 날 놀이방에서 돌아온 딸애가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하며 발음도 잘 안되는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TV에서 선전하며 이 노래가 흘러나왔을 땐 아무 느낌없이 들었던 가사가 세 살배기 딸애의 입에서 나왔을 땐 왜 그렇게 가슴이 찡하던지. ‘핏줄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절로 엄마생각이 났다. 어느 이발사 아저씨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방 대학을 다니는 딸이 전화를 했는데 아빠가 과로로 눈이 충혈되어서 출근을 못했다고 하자 딸이 ‘아빠 얼마나 힘드세요.’ 하면서 전화에서 엉엉 울더라는 것이다. 무심히 한 말에 딸애가 울음을 터트리자 ‘괜찮다 곧 나을거야, 네 몸이나 건강하도록 챙겨라’하며 달래곤 끊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여태껏 자식을 키우면서 감동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자식의 말 한 마디에 이렇게 무너질 수 있습니까?”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언젠가 멋지게 성공해서 부모님께 효도를 하겠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못한다. 지금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즐겁게 ‘난 엄마가 있어서 정말 좋아!’ 한마디만 해도 부모는 감동 그 자체가 되는데, 자식들은 왜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일까. 무뚝뚝하고 세상 일에 지쳐 있는 아버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 감동은 무엇인가. 바로 아버지의 수고로움을 알고 감사하는 딸의 한 마디 말이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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