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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이는 두 돌이 지나서도 말을 못했다. 주위에서는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고 했고 의사도 좀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게 잘못이었을까? 여섯 살 때 큰 병원에서 청신경 손상으로 평생 보청기를 끼고 살아야 한다는 선고를 받았다. 바로 보청기를 끼고 언어치료실을 다녔는데, 그야말로 피눈물나는 연습이었다. "나비"하고 선생님이 말하면 "나미, 나미…" 수없이 따라하다 끝내 눈물을 뚝뚝 떨구곤 했다. 회초리를 맞아가며 연습한 끝에 승진이는 이제 웬만한 문장은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며칠 전 남편이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아버지 참여수업에 다녀왔다. "아이엠 권승진, 세븐 이얼스 올드, 저희 아버지를 소개합니다." 승진이의 멋진 소개를 받고 앞으로 나간 남편은 아이들에게 승진이가 잘 듣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고 잘 놀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때 한 아이가 이렇게 묻더란다. " 승진이는 왜 머리카락이 길어요?" 그 질문에 남편은 당황했다. 우리 부부는 승진이가 귀에 낀 보청기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을 당할까 봐 머리를 길러 주었는데 아이들은 보청기보다 긴 머리가 더 이상했던 모양이다. 순수한 아이들은 소리를 못 들으니 보청기를 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데 우리 부부는 아이를 숨기고싶은 장애아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남편의 말을 듣고 바로 아이 머리를 짧게 잘라주었다. 그러자 승진이는 '이제 난 남자야!’ 하며 무척 좋아했다. 평소 머리카락이 길어 여자같다고 싫어했는데 그땐 왜 그 말이 들리지 않았던 걸까. 어려운 가운데서도 굳은 혀를 풀고 말문을 튼 아이가 대견스럽다. 앞으로도 어려움은 닥쳐오겠지만 잘 이겨내리라 다짐하니 새삼 사는 게 뜨거워진다. 발췌: 좋은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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