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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 어느 날,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해 무기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5년 동안 가족이 겪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특히 죄인을 아들로 둔 어머니는 이웃의 따가운 눈초리에 가슴을 수없이 쓸어내렸으리라. 하지만 어머니는 꼬박꼬박 교도소를 찾아 영치금을 넣어주셨다. 시골 고향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와 다시 기차를 타고, 기차역에서 다시 교도소로 오는 버스로 갈아타는 아주 먼 거리였다. 여전히 철부지였던 나는 그런 어머니를 당연하게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겨울 내의와 티셔츠, 양말을 사들고 면회를 오셨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몹시 걱정이 되었다. 걱정이 눈덩이처럼 불어갈 즈음 불쑥 큰 형님이 면회를 왔다. 그날 나는 어머니가 면회를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척추를 심하게 다친 어머니는 수술을 받았으나 경과가 좋지 않아 재수술을 받으셨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근황을 알게 된 나는 방에 들어와 한없이 울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금식하면서 지금껏 살아온 삶을 청산하기 위해 생에 처음으로 뜨겁게 이를 악물며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교도소내 기술반에 들어가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나는 모범수로 무기징역에서 20년으로 감형되어 5년만 지나면 출소할 수 있는 만기일이 정해졌다. 20대에 교도소에 들어와 청춘을 다보내고 40대 중반이 되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사회에 나갈 때 뭔가 하나라도 들고가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기술을 연마하고 자격증 시험을 봤다. 이제 나는 밀링, 선반, 용접 등의 자격증을 따낸 뒤 출소를 앞두고 있다. 나가서 제일먼저 어머니 앞에 자격증을 보여드리고 이제라도 사람답게 살겠다고 어머니 앞에 무릎 꿇고 빌고 싶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남은 생 가족에게 진 빚을 갚고 싶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내 인생을 돌아보며, ‘젊은 날은 한치 앞이 벼랑’이라는 것을 나처럼 철없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돈 한푼 없는 거렁뱅이로 살아도 젊음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젊었을 땐 그게 제대로 깨달아지지 않는다. 마냥 젊을 것 같고, 언제까지나 힘이 넘칠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공연한 객기를 부리게 되는 것이다. 요즘 취직이 안돼 88만원 세대니 뭐니 하며 좌절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젊은이들이여!, 돈과 직업이 없어도 젊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재산이라는 것을 부디 일찍 깨닫기 바란다. 자유가 있고, 건강한 젊음이 있다면 세상은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다. 부디 그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자기 앞에 무한한 가능성과 행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 열심히 살기를 어리석은 인생 선배가 간절하게 알려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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