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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산딸기를 무척 좋아하셨다. 겨울에 산딸기가 없을 때 내가 생각해낸 것이 산딸기 술이었는데, 술을 못드시는 엄마가 그래도 복분자 술만은 한잔씩 하시며 '야 빛깔도 곱다'하며 좋아하던 생각이 났다. 그래서 엄마에게 갈 때마다 나는 예고없이 들려 산딸기 술을 선물해 엄마를 놀래켜 드리곤 했다. 말년에 엄마 아버지는 노인병원이 인접한 실버타운으로 들어가셨다. 건만증이 심해지신 엄마를 실버타운으로 보내야 하냐며 우리 3남매는 의논을 거듭했지만 직장을 가진 두 오빠 내외도, 전업주부지만 시어머니를 모신 나도 부모님과 함께 지낼 형편이 못되었다. 비교적 건강하신 아버지와 병원생활을 겸하는 엄마를 보고 오는 날은 뿌듯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해서 늘 가슴이 저렸다. 금슬이 좋았던 엄마 아버지는 그곳에서도 잉꼬부부로 소문이 나 있었다. 언제나 다정하게 손을 잡고 다니셨고, 다른 노인들의 방을 방문하면서 복도를 거닐곤 하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 키우고 집안살림하자니 나 역시 자주 찾아뵐 수가 없었다. 어쩌다 주말에 시간이 나도 남편은 남편대로 웬 스케줄이 그렇게 많은지 한 달에 한번 찾아가는 것도 크게 마음을 먹어야만 가능했다. 엄마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음을 알고부터 나는 감사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사춘기 소녀 적에 써봤던 편지를 오십이 다 되어서야 다시 쓰려니 어색하기도 하거니와 '이 글을 읽으실 수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왈칵 눈물부터 쏟아졌다. 우선 엄마에게 내가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말씀드리고 내가 자랄 때 매사에 너무 고집을 부려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들을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학교다닐 때 부모님 기대에 못미쳐 대학을 가지 못한 것,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부득부득 우겨서 한 것 등 적어보니 가슴에 맺히고 부모님 속을 끓게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엄마가 그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그리고 한 달 뒤, "그런데 댁의 이름이 뭐유?" 병원을 들어서는 내게 대뜸 던진 엄마의 말이었다. 이미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다니….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으로 엄마를 바라보자 아버지가 온화한 미소로 가만히 내 손을 잡으셨다. 나는 사들고 간 복분자 술을 내려둔 채 울음이 북받쳐 밖으로 뛰쳐나왔다. '효도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한이 맺혀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가만히 내 뒤로 와서 등을 토닥여 주셨다. 그리곤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라, 너희 키우며 우린 충분히 행복했고 이제 하느님 부르심을 받을 때도 된거야." 하고 말했다. 그리곤 "많이 사랑해라. 누군가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란다. 그리고 그 시간도 그리 길지가 않단다…". 하고 담담히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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