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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등반을 좋아하는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주말마다 전국의 산과 암벽을 찾아다니며 등반을 다니니 건강에도 좋고 부부사이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부부 역시 같은 취미를 갖기까지 무수한 싸움과 논쟁을 거쳐야만 했다. 아내는 주말마다 밖을 나도는 남편과의 전쟁을 견디다 못해 단 한번 따라나선 것이 그만 함께하는 취미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암벽등반을 하던 어느 날, 그들은 지반에 내려앉은 바위에 발을 잘못 디뎌 그만 가시덤불이 빽빽한 계곡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먼저 정신이 든 사람은 아내였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였고 다리도 부러져 꿈쩍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만치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한 아내는 남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온 힘을 다해 기어서 다가갔다. 남편의 몸 위에는 암벽에 떨어지면서 굴러내린 작은 바위가 걸쳐져있었고, 아내는 그것을 치우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날은 곧 어두워졌고, 인적조차 없는 산속에서 아내는 혼자 용을 써보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배낭에 넣어둔 핸드폰조차 어디로 굴러 떨어졌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아내의 머릿속에는 수시로 절망이 고개를 들었지만 이내 그것을 지우기 위해 애썼다. 미약하나마 남편의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남편의 목이 움찔거리더니 간절히 목이 마르다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주변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었다. 조급한 마음에 아내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애타하다가 문득 옛날 어른들 얘기가 생각났다. 위급할 때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먹인다는…. 순간 아내는 자신의 집게손가락을 힘껏 깨물어 피를 낸 다음 그것을 남편에게 먹였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풀을 뜯어서 씹은 다음 남편의 입속에 흘려넣었고, 뜻밖에 풀즙은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아내는 자신이 버텨내야 남편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끝없이 주변의 풀을 뜯어 자신도 먹고 남편의 입에도 넣어주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부부는 지나던 등산객에 발견돼 무사히 구조됐고, 남편도 의식을 되찾았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아내의 특별한 구조법을 알게 된 남편은 무릎을 꿇고 아내의 두 손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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