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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 시절, 아버지는 출근할 때마다 나에게 병 우유를 하나씩 사주셨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정말 싫었지만 달콤한 우유를 생각하며 잠을 떨치곤 했다. 아침을 기다리는 것이 하루의 기쁨이고 행복이 돼 버린 것이다. 어려운 살림 탓에 먹을거리가 늘 부족했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우유 사주시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어느 새 세월이 흘러 나도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그리고 모처럼 아버지 생신을 맞아 오랜만에 형제들이 다 모여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맛있기로 유명한 한식집에 아버지를 모시고 갔는데, 넓은 홀과 깔끔하고 고풍스런 실내분위기를 보며 근사한 곳으로 아버지를 모셨다는 기쁨에 마음이 뿌듯했다. 맛있게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문득 누나가 어린 시절 내가 마시던 병 우유에 대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어느 날 아침 아버지가 사준 우유 한 병에 내가 너무나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는 날마다 출근 교통비를 내 우유와 맞바꿔 나에게 우유를 사주고, 아버진 먼 직장길을 부지런히 걸어다니셨다. 버스를 탈 수 없기에 아버진 늘 서둘러 아침 일찍 나가셨고, 따뜻한 외투 한 벌 사입지 못했던 그 시절 매서운 추위를 헤치며 묵묵히 걸어서 출근을 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목이 꽉 메여 밥을 넘길 수가 없었다. 그런 아버지께 학교 다닐 때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해서 속도 무던히 썩혀드렸고, 친구들과의 주먹다짐으로 학교도 몇 번 불려다니게 만들었던 나는 가끔씩 돈 많고 화끈한 친구아버지를 부러워한 적도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울고 있는 내게 아버지는 “막내 우유 사 주는 게 내겐 행복이고 즐거움이었어. 좋아하는 네 모습이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 이었단다”라고 말하셨다. 아!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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