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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자동차가 없었다. 굳이 있다고 우기자면 아빠의 낡은 자전거가 유일한 자동차인 셈이었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집에 자동차가 있는 친구가 제일 부러웠다. 가끔 등교할 때 아빠가 자동차로 태워다주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나도 울 아빠가 저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가끔 아빠의 전용 자동차인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등교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자전거보다는 자동차가 더 부티 나고 좋아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를 졸업사고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새로 사귄 친구들과 신나게 학교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때 멀리서 ‘끼~익’ 소리를 내며 자전거 한대가 나에게 다가왔다. 돌아본 순간 나는 그만 얼굴을 빨갛게 달아올랐다. 무릎이 나온 허름한 추리닝 바지에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너무 낡아 서는 것도 힘겨운 자전거를 탄 아빠가 거기 서있었을 때 나는 정말 어디로든 숨고 싶었다. 그러나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영아! 도시락을 두고 갔다. 이거 받아라.”라고 도시락을 건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저 도시락 가지고 왔어요. 그냥 가지고 가세요.”라고 새침하게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친구와 곧장 학교로 달려갔다. 고물자전거를 탄 아빠가 너무 창피했던 것이다. 이제는 나도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아빠도 열심히 일하신 덕에 이제는 번듯한 가게를 열고 계신다. 그때의 일을 아빠가 잊을 리가 없었으련만 아빤 그때의 서운함을 한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나만 홀로 그때 일을 생각하며 너무 죄송스러워서 눈물을 찔끔거리곤 하지만 어른이 돼서 아빠에게 그때 죄송했다는 말을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물론 지금은 차가 있다. 그러나 아빠는 여전히 산악자전거를 즐겨 타고 다닌다. 차만 타고 다닌 친구들 아빠는 모두 배둘레헴 노인이 됐지만 우리 아빠 몸은 아직도 탄탄해 보인다. 부모에게 자식은 언제나 어린애라고 했던가? 어버이날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아빠에게 어색한 어리광을 부렸다. “아빠! 나 자전거 뒤에 좀 태워줘!” 다 큰 딸의 이상한 몸짓에 아빤 눈치라도 채셨는지 만면에 웃음을 띄고는 “애인이나 하나 구해서 태워달래라, 산악자전거는 뒷자리가 없어요!”하며 크게 웃으셨다. 오랫동안 내 가슴에 남았던 앙금이 살며시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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