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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호수 우체국 집배원인 나는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이나, 눈이 무릎까지 쌓이는 겨울날에도 빠짐없이 근무한 지 여러 해가 되어간다. 평소 타고난 성격이 쾌활한 탓에 나누기를 좋아하는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지 할머니들에게 긴요한 지팡이나 초코파이 하나 정도 선물로 건네 할머니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오지마을 외로운 노인들은 겨울이면 토담 아래 쪼그리고 앉아 집배원 오토바이를 기다리는가 하면 농사철에는 애호박 하나, 어미 닭의 온기가 남은 달걀 하나, 흙의 물기도 채 마르지 않은 배추 한 포기 등을 고맙다며 건네주기도 한다. 우편물이 넘쳐 실을 곳이 없다고 손사래를 쳐도 기어이 받아야만 웃으시는 할머니들 때문에 번번이 내 오토바이는 지저분해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그 소박한 마음들이 고마워 덮석덮석 받아서 오토바이 한켠에 싣고다닌다. 그렇게 산골할머니들과 나는 소소한 정분으로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있다. 작년 여름에는 넓은 밭을 지나다 뙤약볕 아래서 고추를 따는 할머니들을 보니 공연히 마음이 시렸다. 그 알량한 농사거리 다 팔아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 땡볕에 밭매고 수확을 하겠다고 애쓰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날은 덮고, 얼굴은 땀이 범벅이 돼 우편물이 왔다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할머니. 나는 얼른 오토바이를 돌려 동네 구판장에서 쭈쭈바를 사람 수대로 샀다. 쭈쭈바라도 물고 더위를 이기시라고 한사람씩 건네니 그제야 굽었던 허리를 간신히 일으키며 “뭘라고 이런 걸….” 하며 미안해하신다. 그런데 할머니 한분이 쭈쭈바를 들고 갑자기 당황해하셨다. 입으로 쭈쭈바 끝을 물자니 이빨이 없고, 흙 묻은 손으로 뜯자니 흙이 묻을까봐 걱정도 됐지만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당신은 쭈쭈바 한 번 입에 넣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얼른 꼭지를 따 드리자 그제야 가만히 입에 물고는 소리없이 웃으시니 그 얼굴이 다섯 살 난 내 아들 얼굴과 꼭 같았다. 삶이 힘들다는 말은 누가 했을까, 힘들지 않은 생은 또 얼마나 되나.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겪었고, 자식들 먹이고 입히느라 편할 날 한번 없었던 그 할머니들은 힘들단 말 한마디 없이 늘 고마워하고 나만 보면 그냥 웃으신다. 비록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그 할머니들의 기다림이 있기에 나는 별다른 걱정하나 없이 오늘도 신나게 오토바이를 타고 강원도 산길을 누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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