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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머리에 똥밖에 없는 놈아!~” 엄마는 항상 날 이렇게 구박하셨다. 가끔 장학금을 타서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형, 춤과 노래를 곧잘 해서 똘똘하다는 말을 듣는 누나에 비해 공부도 못하고 아무런 재주도 없는 나에겐 오직 무관심뿐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는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돌면서 술과 담배를 시작했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아버지는 돈 벌러 간다며 서울로 떠나신 후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그 즈음부터 엄마에게는 오로지 형만이 삶의 존재이유였다. 얼마 뒤 누나도 전자회사에 취직해 착실하게 돈을 모았지만 엄마는 그 돈마저 형의 등록금으로 가져가곤 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나는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한 채 끝내 가출하고 말았다.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지낸지 5년,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오는데 집 앞에 형이 서 있었다. 형은 머뭇거리며 “할 말이 있다”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뜻밖에도 한참 전에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해 거의 희망없이 누워계신다는 것과, 이젠 병원비마저 구하기 어려우니 혹시 돈 벌어둔 게 있느냐고 물었다. 순간 눈앞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누나 돈도 등록금으로 가져가더니 이젠 돈 때문에 나를 찾았단 말인가? “후훗…” 대답 대신 허탈한 웃음으로 형을 돌려보낸 뒤 내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얽힌 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엄마…’ 다정하게 불러보지 못한 이름이었지만 가슴이 울컥하고 목이 메었다. '어머니, 나는 당신에게 무엇이었나요?…. 스스로에게 되묻던 나는 어느 새 적금통장을 들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병실에 누워계신 엄마는 내가 “엄마!” 하고 불렀지만 깨어날 줄을 몰랐다.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살이 붕대에 가려진 채 많이도 늙어버린 그 모습.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가슴에 원망이 남아 애써 냉정해지려 애썼지만 벌써 내 손은 엄마의 거칠어진 손을 잡고 있었다. 이제 다시는 사람노릇해볼 기회마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미어졌다. 엄마! 엄마! 엄마!…, 참았던 속울음이 터졌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힘없이 늘어진 엄마 손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 내가 다시 손을 ‘덮석’ 붙잡자 가늘게 흔들리던 엄마 손에 조금씩 힘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하얀 병실에서 엄마와 화해했다. 가족에게 위로받고, 가족에게 상처받지만 가족은 그냥 가족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애증으로 얽힌 사이, 그냥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길밖에 달리 답이 없다는 것을 나도 나이가 한참 들어서야 조금씩 깨달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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