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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가 공책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서 가만히 지켜보다 물었다. "보람아, 뭘 그렇게 열심히 쓰고 있니? " "엄마에게 청구할 돈을 계산하고 있어." "엄마한테 청구할 돈이 뭐가 있는데? 어디 한번 보자" "지금 막 계산이 끝났어 엄마, 볼래요?" 딸애는 꼼꼼하게 적어놓은 계산서를 내밀었다. 「우유받아오기 세번 300원, 부엌청소 두번 400원, 마당청소 세번 600원. 구두닦기 네번 800원, 식탁차리기 네번 400원, 합계 총 2,500원 」 나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집안일을 도와 용돈을 달래는 것은 좋지만 제 스스로 가격을 정해 당당히 요구하는 것을 보니 뭔가 하나는 깨달음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나역시 펜을 들었다. "이보람!. 엄마도 청구서를 써볼테니 한번 봐줄래?" "엄마가 무슨 청구할 게 있어?, 엄만 한 게 없잖아…" "자 엄마가 한번 써볼게, 보람이가 태어난 후 10년간의 식사제공 0원, 수없이 많은 설거지와 빨래 0원, 아플 때 병간호 0원. 숙제 도와준 것 0원, 온갖 시중들기 0원, 합계 0원. "그런데 왜 엄마는 0원이라고 적은거야?" "왜냐하면 엄마는 너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엇이든 주고싶어서 했으니까. 그렇지만 보람이가 청구한 2,500원은 줄게. 열심히 집안일을 도왔으니까" 나는 돈을 꺼내기 위해 지갑을 찾았다. 그러자 갑자기 딸애가 품으로 뛰어들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냐 엄마, 나도 빵원이야. 나도 엄마한테 주고싶어서 그렇게 한거야. 나도 총합계 0원." 나는 딸애의 볼에다 마구 뽀뽀를 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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