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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주부로 산다는 것은 고생을 밥처럼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해도 해도 끝없는 집안일, 아이들 뒷바라지, 거기에 뼛골 빠지게 들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사랑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꿈같은 전원생활을 생각하며 나는 성실한 남편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고 행복하리라 믿었다. 결혼과 동시에 처음엔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농협에 3천만원을 대출받아 하우스 고추농사를 시작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하우스로 나갔고, 일할 줄 몰라 쩔쩔매는 내게 그는 '옆에만 있어도 힘이 된다' 며 웃었지만 일거리가 만장같이 늘어진 밭에서 제대로 일을 추지 못하는 것을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일이었다. 열심히 일을 배워 농사일을 했다. 그렇게 온종일 고추 고랑 사이를 누비다 돌아오면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매끈한 고추가 주렁주렁 달린 것을 보며 우리는 한 나무에 몇 개가 달렸나 세어 보며 가슴이 뿌듯해지곤 했다. 첫아이를 출산한 그 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모진 비바람이 몰아쳤다. 밤새 하우스 비닐을 잡아 보겠다고 추위 속에 발버둥치며 싸우다 돌아온 그는 아무 말없이 자리에 누웠다.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긴 침묵을 위로할 길이 없었다. 나도 옆에 나란히 누워 숨죽여 울 뿐이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며 다시 용기를 내자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 뒤, 하우스를 정비해 다시 고추농사를 지었지만 이번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하락했고, 밀려드는 농협 독촉장과 자재값을 갚으라는 독촉전화 등으로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다. 날마다 이자가 늘어가니 번 돈으로 이자 갚기도 숨가팠고, 2년 농사를 실패하고 나니 그 부채가 고스란히 남아 다시 시작할 농사비용이 남아있지 않았다. 죽고만 싶을 만큼 돈이란 게 없어 허덕이던 그때,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서 신음하는 남편보다 돈 걱정을 더 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이 보증을 서 주었던 친구가 야반도주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남편과는 30년 넘게 형제처럼 지내던 사이였는데. 논과 집이 압류 당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이제 결혼 10년, 고향을 떠나 어느 도시의 변두리에서 우리 부부는 조그만 분식집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꼭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농사를 짓겠다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지난 시간, 무수히 벼랑 끝에 서 있었지만 자식의 인생마저 실패로 만들 수 없다는 자아가 강력히 나를 끌어당겼다. 바닥으로 내려왔으니 차고 올라가는 시간도 있어야할 게 아닌가. 희망은 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희망은 자주 배신을 때리지만 그래도 애타게 그것을 붙들고 나아가야만 결국 내 품에 안기는 것이다. 나는 남편과 함께 다시 한 번 당당하게 일어설 날을 꿈꾸며 조금씩 비상의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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