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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발령을 받은 지 7년째 되던 어느 봄 나는 6학년 담임을 맡았다. 내가 맡은 아이들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승기’는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늘 남루한 옷차림이었다. 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관심과 사랑을 주기 위해 승기를 특별히 생각하지도, 동정하지도 않았다. 방과 후 청소시간이면 승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유리창을 닦았고, 누가 보든 안보든 물걸레를 깨끗이 빨아 책걸상을 닦았다. 그리고 비오는 날이면 찢어진 우산으로 장애인 친구를 바래다주는 모습도 보였고, 무엇보다 수업시간엔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공부했다. 시간과 함께 승기는 친구들 사이에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급기야 반장 후보로 올랐다. 그리고 62명중 53표를 얻어 당당히 반장이 됐다. 녀석의 성실함은 주위의 친구들을 의리의 사나이로 만들기 시작했고, 곧이어 전교 학생회장 선거에선 앞다퉈 나서는 회장 지원유세를 받으며 폭발적인 인기로 당선됐다. 5학년 때 담임이었다는 김선생은 승기의 변화를 못믿겠다는 듯 "내가 맡았을 때는 애들한테 왕따를 당했는데 어떻해 된 일인지 모르겠네…”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녀석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졸업식 날 승기는 전체수석을 차지해 또 한번 아이들의 우상이 됐다. 또래들의 시샘을 염려해 한번도 녀석에게 특별한 애정을 표하지 않았지만 그날 만은 나도 녀석이 너무나 기특해 승기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승기야 인기비결이 뭐니?” 녀석은 꽃다발 하나를 내게 안기며 '씨익' 웃었다. 그리곤 "선생님, 우리집 가난한 것이 챙피해서 가만히 지냈을 때는 애들이 절 막 때리고 미워하더니 제가 라면 두 개만 먹고도 이렇게 힘이 있어! 하며 상형이 휠체어를 밀어주고 다니니까 애들이 점점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차츰 신이 나서 열심히 공부하고 씩씩하게 웃고 다녔더니 저절로 쨩이 돼있잖아요. 이제 리어카 장사하는 엄마가 하나도 창피하지 않아요, 그리고 중학교에 가서도 일등할 자신이 있어요!” 지금이야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하루 세끼 밥먹기가 힘들거나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가난 속에서도 승기처럼 반듯한 생각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어가던 승기가 갑자기 돌아서 내게 달려왔다. 그리곤 허름한 포장지 하나를 쑥스럽게 안기곤 뛰어가는 게 아닌가. 얼떨결에 받아든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펼치자 라면 두 봉지가 툭 떨어졌다. 바로 녀석이 하루 두 개만 먹고도 힘을 냈다는 그 라면이다. 어느새 내 눈에선 눈물 한방울이 주루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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