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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단지내 유치원 앞에서는 늘 포장마차를 볼 수 있는데, 언제나 웃는 얼굴로 붕어빵을 파는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겨울이면 먹음직스런 붕어빵과 호떡을 팔고, 봄가을엔 오뎅과 떡볶이를, 여름엔 과일을 곁들여 파는 다분히 서민적인 장사였다. 따끈한 붕어빵은 어떨 땐 덤으로 하나 씩 더 주기도 하고, 오뎅국물 뜨겁다고 꼭 밑받침을 싸주었다. 작고 왜소한 체구이지만 늘 맘좋은 웃음을 흘리는 남자와 태풍불면 쓰러질 것 같이 생긴 마냥 착해보이는 여자, 그들을 보며 '아. 저런걸 보고 천생연분이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있는 듯 없는 듯 그 곳,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서있는 포장마차였기에 지나치면 훈훈했고 돌아서면 잊어버렸는데, 어느 날 작은 애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어 마중을 가다가 문득 그 포장마차가 보이지 않는 걸 알아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웬지 서운한 생각이 들어 주위에 물어봐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걱정스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남이다보니 차츰 잊혀져갔는데 한 보름쯤 지나자 다시 그 포장마차가 문을 열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연유를 물으니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다니느라 장사를 못했다는 것이다. 그냥 아이가 많이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며 다시 그 천진스런 웃음을 띄는 그 부부를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붕어빵을 만원어치를 사고 말았다.(물론 이웃에 모두 돌리긴 했지만). 그러나 문제는 그날 밤에 일어났다. 퇴근을 하고 돌아온 남편의 손에 붕어빵, 닭꼬치, 오뎅 등이 잔뜩 들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아니 한 2천원어치만 사도 다 먹지 못할텐데 왜 이럼게 많이 샀어요?” 하고 묻자 남편은 “요 앞 포장마차에 들렀는데 나도 모르게 더 사주고 싶더라구. 그사람들 이 시대사람 맞는지 모르겠어…” 하는 게 아닌가. “아니 사람이 좋아도 그렇지 먹지도 못할 것 많이 사면 낭비잖아요!”하고 투덜거리자 남편의 입에선 너무나 감동적인 얘기가 흘러나왔다. “포장마차 부부 말야, 그 집 애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사고를 낸 운전사가 대리운전하던 대학생이었대. 그 대학생 엄마가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수술비가 모자라 학생이 그날 급히 돈을 구하러 대리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는 거야. 다행히 아이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 글쎄, 그 부부가 자기 애 치료하면서 그 학생 엄마 수술비도 내주고 함께 병실에서 그 엄마 병간호도 했다는구만. 삼성병원 친구한테 갔다 그 얘기를 들었는데 오다보니 우리 아파트 입구에서 이걸 팔구 있잖아…” 나는 아무 말없이 한참을 있다 가만히 남편의 목을 껴안으며 말했다. “여보, 우리 내일 또 붕어빵 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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