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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제는 모두 팔남매다. 요즘은 출산율이 줄어 걱정이지만 한 20년 전만해도 집집마다 애들 다섯은 보통이었다. 와글와글 시끌벅쩍, 날마다 정신없는 것은 기본이고, 밥상머리에 앉으면 밥그릇에 보리밥이 게눈 감추듯 없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그 자식들을 먹여 살리느라 홀어머니가 고생스런 일상은 두말하면 숨 가픈 얘기다. 세월은 물같이 흘러 그렇게 고픈 배를 움켜지고도 우리는 모두 성장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 그 여덟 남매 중 잘되면 잘 된대로, 못살면 못사는 대로 각기 자신의 삶을 찾아 흩어졌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한결같았다. 그렇게 홀로 팔남매를 키워 분가시키고 홀로 지내던 어머니의 칠순잔치가 있는 날이었다. 사회에서 제법 성공한 자식들은 어머니의 환갑잔치 선물로 많은 것을 가져왔다. 차라리 장남이 잘살면 동생들이 좀 못살아도 덜 미안하련만 큰형은 사업에 실패해 어머니 선물살 돈도 없는 듯 보였다. 둘째 형은 죽자 살자 공부를 파고들더니 결혼도 있는 집 규수와 잘했고, 공무원으로 공사에 들어가 월급도 많이 받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머니 선물로 가장 비싼 선물과 용돈을 넉넉히 드렸다. 나머지 형과 동생, 누나와 여동생도 나름대로 형편껏 패물과 금반지, 용돈과 여행권 등을 어머니께 드렸다. 어머니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끝내는 “난 아무것도 필요없다. 너희들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시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셨다. 그런데 팔남매 중 가장 형편이 어려운 막내가 주방에서 뭔가 꾸무럭거리더니 닭찜을 한 그릇 들고 나왔다. 형과 누나들은 “선물증정 시간에 왠 닭찜이냐!”하며 웃음반 놀림반으로 말했지만 막내는 말없이 어머니께 통통한 닭다리 찜 하나를 번쩍 들어 건네는 것이었다. 우리는 “야! 야! 엄만 닭 알레르기 땜에 닭고기 못 드시잖아!”하며 나무랐지만 막내는 아랑곳없이 어머니께 권하며 “엄마! 이게 내 선물이야, 엄만 우리땜에 고기한번 제대로 못드셨잖아!” 하며 어머니의 손을 끌어 고기를 잡게 했다. 눈물을 훔치던 어머니가 그제야 말없이 웃으시더니 값비싼 선물은 모두 제쳐두고 닭찜을 아주 맛있게 드셨다. 막내의 입에서는 연신 웃음이 흘러나왔고, 우리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어머니가 닭찜을 들고 있는 모습을 이상한 듯 지켜봤다. 어리광만 부리며 큰 줄 알았던 막내가 가장 속 깊게 엄마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식들에게 먹이기 위해 어머니는 당신이 가장 좋아했던 닭찜을 알레르기가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어머니가 맛나게 고기를 드시는 것을 보고서야 우리는 엄마의 닭 알레르기가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형편이 어려워도 형들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며 꿋꿋이 헤쳐나가는 막내. 선물은 바로 막내처럼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형제는 마음속으로 가만히 깨닫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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