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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엄마, 그거 나 줘요.”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저녁 무렵이었다. 재활용통에 넣으려고 상자와 신문지를 가지고 내려가는데 할머니 한 분이 리어카를 세워놓고 우비도 입지 않은 채 사정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나는 들고있던 상자와 신문지를 얼른 드렸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주름진 얼굴에 가득 미소를 지었지만 신문지가 젖을까봐 얼른 고개를 숙여 리어카 안 비닐 속으로 집어넣었다. 한 달 후 지겹도록 내리던 장맛비가 그쳤다. 재활용 할 수 있는 상자와 신문지들이 제법 모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갖고 내려갔다. 그런데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 눈에 잘 띄도록 도로 가까이에 상자를 내려놓는데 저만치 할머니가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가는 것이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소리치며 종이를 들고 갔다.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아기 엄마, 복 받을 겨!” 할머니는 거칠어진 손으로 내 등허리를 쓸어주셨다. 듣자하니 할머니 연세는 여든이나 되셨고, 뇌성마비 아들과 함께 사는데 아들이 오십이 넘었다고 했다. 정부에서 약간의 보조금이 나오지만 반찬값이라도 벌기 위해 종이를 줍고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콧등이 시큰해졌다. 인생이란…, 우리는 얼마나 자기 현실에 감사하며 살아야 할까. 조그만 체구에 무거운 리어카를 끌며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를 하지만 얼굴엔 언제나 부처님같은 미소를 머금은 할머니…. 종이를 주워 아들에게 맛있는 반찬을 먹일 생각을 하면 힘들지 않다고 말씀하시며 할머니는 예의 그 푸근한 미소를 남기곤 총총히 리어카를 끌고 가셨다. 아기 키우기가 힘들다고,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번번이 화내고 짜증내며 살아온 생활. 그 할머니를 만난 후 난 세상을 다시보는 눈을 갖게 됐다. 가진 것 없어도 현실에 불평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열심히 사는 삶. 그 후 나는 내집 종이뿐만 아니라 옆집에서 나오는 박스들도 모두 가져와 내 재활용품에 합쳐놓는다. 그리고 할머니가 지나갈 때마다 “할머니!”하고 크게 부르면 할머니는 멀리서도 그 하염없이 순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와 내 삶을 정화시키곤 하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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