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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레스토랑을 할 때였다. 5월 5일 어린이날, 한참 바쁜 시간이 지난 오후쯤 네 식구가 가게로 들어왔다. 그들은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한참을 의논하는 듯하다 주문을 했는데 웨이터가 카운터로 와 겨우 '돈까스 1인분' 만 시켰다고 투덜대는 것이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다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 남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젊은 부부를 보고는 차마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가서 말했다. "손님, 메뉴판의 가격이 잘못돼 있습니다. 돈까스가 2천5백원이고, 또 오늘은 어린이날이라 2인분을 시키면 특별히 1인분을 더 드립니다. " 그들은 내 얘기를 그대로 믿고 2인분을 주문했다. 나는 주방장에게 돈까스 3인분을 넉넉히 요리하게 하고, 종업원들을 불러 입다짐을 받은 뒤 후식도 서비스하라고 했다. 그렇게 조촐한 어린이날 외식을 하고 돌아가는 그들을 배웅하고 난 사흘 뒤, 내가 외출하고 없는 사이 그 가족이 또 다녀갔다. 다행히 종업원들은 며칠 전처럼 행동했는데 이틀 전 새로 온 직원이 그 사실을 모르고 제대로 된 계산서를 끊었다는 것이다. 계산을 하러 와서 놀라는 그들에게 다행히 고참 직원이 새로 온 직원이라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해명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의 섣부른 행동이 혹시 그 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6월 중순, 낯선 이름이 적힌 소포를 하나 받았다. "값비싼 옷은 아니지만 봄철에 팔던 옷이니 기쁘게 입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걸어보고 돈까스 가격을 알았습니다. 난생 처음 돈까스를 먹어 봤지만 그 맛은 평생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 그리고 그 안에는 검은색 가디건 한 벌이 들어 있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나는 그 가디건을 즐겨 입다. 그 옷을 보내준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록 나를 훈훈하게 했고, 가끔씩 그때 해맑게 웃던 아이들도 이제는 어른이 되었겠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자란 그 아이들은 가난하다고 부모를 원망하는 일이 결코 없으리라고 확신하며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내 행동도 오랫동안 따뜻함으로 기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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