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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여러분은 이런 질문을 받아보셨나요? 제가 며칠 전 절친한 친구에게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시원스레 웃어넘기며 "아주 행복해!" 라고 간단히 대답하더군요. 그 행복은 저에게 금방 전염이 됐고 저는 내내 궁금하던 그 친구의 이사한 새집에 대해 물었습니다. 친구는 ‘언제든지 다녀가’라고 반가운 답례를 하더군요. 친구는 얼마 전 읍에서도 한참 들어간다는 시골마을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것도 여자 혼자서. 친구는 싱글여성, 그러니까 노처녀입니다. 아주 소신있고 당당한. 내가 아는 친구는 몇 년 전까지 서울의 어느 낡고 조그만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연탄을 때면서 말이지요. 친구들이 모여 한참 수다가 늘어질 때도 그녀는 가만히 앉았다가 일어서기가 일쑤였습니다. 연탄이 쉬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연탄구멍을 꽉 막아두기 위해서죠. 그러고도 연탄불이 꺼져버렸을까 노심초사 번개탄을 사들고 집으로 달려가곤 하던 그 친구를 보고 속없는 우리들은 ‘요즘 세상에 참으로 보기 드문 풍경’이라고 놀려대곤 했습니다. 친구는 돈없는 후배 하나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밤늦게 집에 돌아온 후배가 불꺼진 썰렁한 방에 앉아있을 것을 염려해 언제나 연탄불을 꺼트리지 않았고, 그 친구의 초라한 전세방은 꽤나 여러 사람들의 임시거처가 되곤 했죠. 그 친구는 피아노교습으로 밥을 벌었습니다. 물론 가까운 아파트 아이들에게도 피아노를 가르쳤지만 그녀가 신이 나서 피아노를 가르친 건 주로 수도권 서민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돈은 조금밖에 못받아도 자기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순진한 아이들과의 시간이 더 재미나더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자연 부자동네 아이들은 떨어져 나갔는데도 친구는 연말이면 '가족음악회'라 하여, 가르친 아이들을 한데 모아 조촐한 합동연주회를 열곤 했습니다. 각자의 개성도, 여러사람의 조화로움도 모두 살아가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가르치려 했던 친구. 그 친구는 혼자사는 고독한 여성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많은 사람과 더불어사는 행복을 터득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20년도 더 된 낡은 가방에 책 두어권 넣고 화장끼 하나 없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달고 나타나던 친구.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바깥음식에는 금새 탈이 나곤 하던 그 친구는 급기야 지난해 서울탈출을 감행했고, 덕분에 우리는 휴가때마다 아주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본 집 중에서 가장 넓은 집이라며 논과 밭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문을 크게 열어젖히던 친구는 온 세상을 다가진 사람 같았습니다. 살림살이라곤 책과 피아노밖에 없으니 방이 셋이나 되는 그 친구의 집은 마치 우리 모두의 고향집이 된 것처럼 넉넉했지요. 더불어사는 생활공동체를 지향하는 친구. 넉넉한 시골집 마당에 싱싱한 채소들을 심어 이웃과 나누어먹으며, 지금쯤 소박한 시골아이들과의 맑은 피아노소리에 해지는줄 모를 것입니다. 독신을 주장하는 여성이라면 이 정도의 자기 철학은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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