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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거리를 걷다가 엿을 파는 할아버지를 보고 어릴 적 나의 큰 잘못을 따뜻하게 감싸주신 할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리게 되었다. 30년 전 가을, 추수철의 일이다. 우리 가족들은 노는 손 하나없이 벼 탈곡을 하느라 바빴고 동네 친구들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을들녘으로 나갔기에 일곱살배기 나에게는 너무나 지루한 날들이었다. 난 심심함을 달래줄 무언가를 찾아 나섰다. 그때 나의 눈에 성냥갑이 들어왔다. ‘그래 저거야!’나는 잽싸게 성냥을 품에 감추고 봄에 탈곡을 하고 쌓아둔 보릿짚 더미 뒤로 갔다. 보릿짚 더미에 불을 지펴 막 타들어가기 시작하면 얼른 끄기를 수차례 하면서 욕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제는 불꽃이 조금 더 커지면 끄기로 마음먹고 다시 불을 지피는 순간,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더니 불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불은 순식간에 볏가리들 사이로 옮겨 붙었다. 나는 잔뜩 겁을 집어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마침 지나가던 이웃아저씨가 불을 보고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자, 여기저기서 물동이를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의 말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오신 어머니는 장정들도 들기 무거운, 물에 흠뻑젖은 멍석을 들고나와 불타는 볏가리를 덮어씌웠고 다른 가족들도 양동이를 들고 우왕좌왕 분주히 오갔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어느 정도 불길이 잦아들 때쯤 한쪽 구석에서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신 어머니는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셨다. 그리고는 한 해 농사를 망친 속상한 마음에 나를 마구 때리셨는데, 그대로 두면 정말 무슨 일을 낼 듯한 기세였다. 그때였다. 할아버지가 어느새 어머니의 손아귀에서 나를 잡아끌어 당신의 품에 품고는 조용하고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얘야, 농사는 내년에 또 지으면 되지 않느냐. 그만 화를 풀려무나.” 할아버지는 나를 품에 안고 당신의 방으로 데려가셨다. 그리고는 장롱 안에서 뭔가 끄집어내더니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는 내 입에 한 조각을 넣어주면서 말씀하셨다. “우리 강아지 많이 놀랐지. 이제 할애비가 있으니 괜찮다.” 그것은 할아버지가 어린 손주를 위해 헌 고무신과 양은냄비를 주고 바꾸어두신 호박엿이었다. 입안 가득한 호박엿 때문이었을까? 나는 울음을 뚝 그쳤다. 그때는 할아버지께서 주신 그 엿이 솔직히 무슨 맛인지를 몰랐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것은 하늘보다 땅보다 높고 넓은 할아버지의 사랑의 맛이었다. “할아버지, 너무도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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