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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환갑인 나는 얼마 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장가보냈다. 대학을 나와 5년간 직장생활을 한 아들은 월급날이면 꼬박꼬박 제 어미에게 돈을 갖다주기는 했지만 ‘카드를 썻네, 직장에서 버티려면 공부를 더 해야하네’ 하며 수시로 돈을 갖다 쓰는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목돈이 들어가는 차도 내가 사줄 수밖에 없었고, 결혼할 때 작은 아파트를 장만해주는 것도 결국 내 몫이 되고 말았다. 처음으로 며느리를 맞으며 남의 귀한 딸자식을 데려다 셋방으로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젊은 시절 부모 도움없이 빈주먹으로 시작해 집장만 하는데만 꼬박 15년이 걸렸기 때문에 아들은 처음 출발할 때 내가 기반을 좀 잡아주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결혼을 시킨 후에도 가끔씩 백화점에 들리면 며느리가 좋아할 것 같은 선물도 사서 전해주기도 했다. 며느리가 이쁜 마음도 있었지만 요즘 시부모는 옛날 같잖아 자식들에게 잘해야만 그나마 부자관계가 유지된다는 말을 선배들로부터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살던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가기 전, 사흘간의 공백이 생기면서 부득이 아들네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착하고 상냥하게 느꼈던 며느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첫날은 퇴근 후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몇시간은 웃으면서 밥도 차리고 과일도 내오고 그럭저럭 지났다. 그런데 그 다음날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도 별로 없이 대답도 잘 안하고 저녁뉴스가 끝나기도 전에 말없이 안방으로 들어가서는 아침에 일어나 밥을 차리는 척 하더니 시어머니가 출근걱정을 하자 재빠르게 문을 나섰다. 무슨 언잖은 일이 있으려니 생각하며 모른 척하고 지냈지만 못내 마음이 편하질 않으니 우리가 머물러서 그랬는지, 딴 일로 기분나쁜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부모가 주는 것은 무엇이든 거저로 생각하고 자신들은 조금만 불편하거나 힘든 것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본 것 같아 못내 마음이 씁쓸했다. 핵가족이 만연하다보니 요즘은 결혼한 자식들과 한집에서 일주일 버티는 것도 고역인 시대가 돼버렸다. 부모자식간에도 엄연히 셈이 존재하고 더구나 자식들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으레히 부모가 해주려니 하고 생각을 하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부모는 부모도 아닌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때로 ‘그때 어떻해 그럴 수가 있냐’고 호통을 치고싶어도 행여 그러다 아들과 싸움이라도 벌어져 ‘사네 못사네’ 하면 더 골치가 아플 것 같아 마누라의 입을 틀어막으며 없던 일로 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어쩌다 “몸은 건강하시죠!”하고 전화라도 오면 그것으로 감지덕지해서 서운한 마음이 다 사라져버리니 참 부모마음이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또한 부모에게 살뜰하게 대한 적이 별로 없고 제대로 효도를 한 것 같지가 않은데도 우리 부모세대는 평생을 자식위해 살았고,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돌아가셨으니 그렇게부모에게 진 빚을 내리내리 자식에게 갚으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 인생인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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