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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 제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 하나가 있답니다. 벌써 3년째 제 마음에 예쁜 꽃밭을 만들어 주고 여름을 시원하게 펼쳐주신 작은 키의 고운 할머니가 계시지요. 유난히도 더웠던 그날, 따가운 햇살아래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등뒤로 서늘한 그늘이 드리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서 있지 않은 정류장에서 저는 그저 당연하다는 듯 그 느낌을 즐기고 있었지요. 그렇게 10분쯤 서 있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본 저는 부끄럽고 죄송하여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괜찮다 가만히 있거라. 이렇게 고운 피부를 태우면 되겠나" 하며 낯선 얼굴의 할머니 한 분이 저에게 양산을 받쳐주고 계셨던 것입니다. 제 어깨에도 못 미치는 작은 키의 할머니께서 그늘을 만들어 주기 위해 팔을 힘껏 뻗어 양산을 들고 서 계셨지요. 그런데도 저는 땅 깊숙이 뿌리내린 나무처럼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당신 타고갈 버스가 먼저와 미안하다고 오히려 제게 양해를 구하시던 할머니의 아름다운 미소 앞에 한마디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였습니다. 우연이라도 할머니와 다시 마주치게 되면 가까운 슈퍼마켓에라도 뛰어가 시원한 음료수 하나라도 사드리고 싶은 제 마음을 알고 계실까요? 햇살 따가운 날, 거리를 걸을 때면 또 어디선가 작은 그늘이 되어주실 그 분을 생각합니다. 제 마음속에 예쁜 꽃밭하나 만들어주신 그 할머니를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할머니 마음의 양산이 접히지 않는한 제게 여름은 언제나 시원하고 아름답게 기억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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