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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살다시피 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 남매가 있었는데 심한 화상으로 자식들을 돌볼 수가 없어 고아원에 맡겨놓고 시골의 외딴 집에서 살았다. 한편 아버지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다. 어느 날 아버지라며 나타난 사람은 화상을 입어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손가락은 붙어 있거나 아예 없는 부분도 있었다. ‘저 사람이 우리를 낳아준 아버지란 말인가?’ 자식들은 충격을 받았고 차라리 고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며 아버지를 외면해 버렸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성장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혼자 외딴집에서 지냈다. 몇 년 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던 자식들인지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들을 낳아준 아버지의 죽음까지 외면할 수 없어 시골 외딴집으로 찾아갔다. 상가 집은 문상 온 사람도 없이 썰렁한 채 바람만 흩날렸고, 마을의 노인 한 분이 자리를 지키다 "느이 아버지가 평소 '화장은 싫다'고 뒷산에 묻어달라고 했다!."며 일러 주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던 자식들은 아버지를 산에 묻으면 명절이나 때마다 찾아와야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아서 화장을 하겠다며 노인의 말을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 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온 자식들은 낡은 외딴 집에서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우기 시작 했다. 평소 덮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들을 비롯해 아버지의 흔적이 배어 있는 물건들은 몽땅 끌어다 불을 질렀다. 마지막으로 책들을 끌어내 불 속에 집어넣다가 ‘비망록’ 이라고 쓰인 빛바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타오르는 불길에 일기장에 막 집어던지려는 순간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들은 비망록을 뒤로 뺐다. 그리고 정리가 끝난 뒤 담배 한대를 물고는 무심하게 비망록을 한 장씩 넘겼다. 무심코 글씨를 읽어 내려가던 아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꼬꾸라진 채 통곡을 하고 말았다. 아버지의 일기 속에는 어린 시절 자신이 불장난을 하다 집에 불이 났고, 아버지가 남매를 먼저 구하고, 뒤이어 엄마를 구하려다 지붕이 내려앉는 바람에 엄마는 죽고 아버지는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채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연이 구곡간장이 내려앉는 절절함으로 낡은 읽기장에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들을 향해 쓴 편지, ‘보고싶은 내 아들 딸아, 평생 너희들에게 아버지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짐만 되다 가는구나. 염치 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내가 죽거들랑 절대로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평생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리며 30년을 살았단다….’ 자식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했지만 아버지는 이미 화장되어 하얀 연기로 사라진 뒤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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