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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노처녀의 고개를 눈앞에 둔 어느 연말. '올해도 쓸쓸히 이 해가 저무는구나' 하는 서글픈 마음으로 그날도 어김없이 복잡한 퇴근길 도로를 지나 매일같이 타던 좌석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평소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바로 눈앞에 앉아있었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올라 잠시 가슴이 막혔다. 심호흡을 하고 보니 마침 그의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망설이던 끝에 용기를 내어 그 곳에 앉았다. 버스는 네온이 깔린 거리를 부지런히 달렸고 서먹하고도 어색한 상태로 시간은 흘러갔다. 창밖으로 스치는 밤풍경도 그날따라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은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을까? 그냥 스쳐가는 인연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 '어떻게 하지? 이대로 그냥 끝나는 건가….’ 속으로 안절부절… 어떻게 해야 할지… 처음 얼굴을 본 순간부터 옆에 앉은 시간 사이에 잠깐 얼굴을 봤을 뿐 쑥스러워 옆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예전엔 길이 막혀 제 속도도 내지 못했던 퇴근길 좌석버스가 그날따라 고속도로를 달리듯 신나게 빠져나갔다. 무정하게스리…. 옆에 앉은 남자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밖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내릴 장소가 가까워오자 나는 울고싶어졌다. 이렇게까지 결혼이란 것을 생각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비참한 생각까지 들었다. 드디어 시간의 흐름과 공간상의 이동을 통해서 나는 다음 정류소에서 내려야 했다. 초조함이 극도에 달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자신도 모르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저, 저요… 저 다음에 내려야 하는데요 !! "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에 부끄러워하기도 잠시, 상대가 나를 보고 보고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 이미 지났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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