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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해보여도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씩의 아픔은 간직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직장을 다니는 나는 이 직업의 보람을 느끼기 보다는 너무나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많은 그들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는 길이 안보일때 새삼 좌절하곤 한다. 그날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토굴같은 한 가정을 방문했다. 예상은 하고 갔지만 그 주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얼굴 한쪽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코가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할 말을 잃고 있다가 내가 온 이유를 생각해내곤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회복지과에서 나왔는데요." "너무 죄송해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 어서 들어오세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밥상 하나와 장롱뿐인 방에서 훅하고 이상한 냄새가 끼쳐 왔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어린 딸에게 부엌에 있는 음료수를 내어 오라고 시켰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얼굴은 언제 다치셨습니까?" “어렸을 때 집에 불이나 다른 식구는 죽고 아버지와 저만 살아남았어요…." 그때 생긴 화상으로 온 몸이 흉하게 일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 허구헌날 술만 드셨고 절 때렸어요. 아버지 얼굴도 거의 저와 같이 흉터투성이었죠.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집을 뛰쳐나왔어요." 막상 집은 나왔지만 비참한 전전 끝에 결국 부랑자 시설에 수용됐다. "남편을 거기서 만났어요. 이 몸으로 어떻게 결혼할 수 있었느냐고요? 남편은 앞을 못 보는 장님이었거든요.”그와 함께 살 때 지금의 딸도 낳았고, 그때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남편은 딸아이가 태어난지 얼마 후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은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전철역에서 구걸하는 일 뿐….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녀는 구걸할 힘마저 잃어버린 얘기를 했다. 어느 마음 좋은 의사의 도움으로 무료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몇 차례의 수술에도 그녀의 얼굴을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 얼굴이 조금만 나아져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곧 절망으로 변했고, 이제 부엌엔 라면 하나, 쌀 한톨도 남아있지 않았다. 상담을 마치고. "쌀은 바로 올라올 거구요. 보조금도 나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며 막 일어서려는데 그녀가 장롱 깊숙이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게 뭐예요?" 검은 비닐봉지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가득 들어있었다. 어리둥절해 있는 내게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혼자 약속한 게 있어요. 구걸하면서 1000원짜리가 들어오면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가 들어오면 자꾸만 시력을 잃어가는 딸아이 수술비로 저축하고, 그리고 100원짜리가 들어오면 나보다 더 어려운 노인 분들을 위해 드리기로요. 좋은 데 써 주세요." 내가 꼭 가져가야 마음이 편하겠다는 그녀의 말을 거절하지 못했다. 직장으로 돌아와 세어 보니 모두 1006개였다. 그 돈을 세는 동안 열 손가락은 모두 더러워졌지만 감히 그 거룩한 더러움을 씻어 내지 못한 채 나는 묵직한 감동하나로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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