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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11시에 만납시다'라는 TV프로가 있었다. 그 날은 열두살 소녀가장이 초대됐는데, 생김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병든 할머니와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산동네에 살고 있으며 아버지는 소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그런 얼마 후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고 했다. 엄마가 보고싶냐고 묻는 아나운서를 보며 해맑은 얼굴로 눈물없이 고개만 끄덕이던 모습이 아직도 가슴에 찡하니 남아 있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소녀는 자신도 남들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김동건씨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하고 물었을 때 소녀는 동생과 함께 어린이 대공원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평소에 타보고 싶은 바이킹이란 놀이기구도 타고싶다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김동건씨의 눈이 붉어지며 그 비용을 자신이 낼테니 얼마면 되겠냐고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의외의 제안에 조금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조심스럽게 '4750원' 이라고 상세한 사용처를 밝혔다. 입장료, 아이스크림, 바이킹요금, 대공원까지의 버스 요금 등…. 텔레비젼을 보며 속으로 십만원쯤 부르려니 생각했던 나는 조그맣게 '아유∼ 바보, 바보’하고 중얼거렸다. 지금은 크리스마스도 연말연시도 아니지만 주변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액수로 한달을 생활하는 소년소녀가장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백스물두가지의 핑계를 대며 그들을 돕는걸 망설이고 있다. 소녀가 지금쯤 놀이동산을 간다면 사천칠백오십원이 아니라 약 만오천원 정도 들 것 같지만 어린이 대공원을 꿈꾸던 소녀는 이미 어린이가 아닌 아름다운 처녀로 자라있을 것이다. 갖가지 핑계로 남을 돕는 것을 미루는 우리도 정작 마음을 냈을 때는 이미 생을 마감해야되는 순간에 이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바로 지금 실천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듣자하니 올 7월정도 북한의 어린이 약 7만명이 아사(餓死) 상태에 이를 것이란 보고가 있다. 우리 남한사람들이 쌀과 분유 등을 보관할 곳이 없이 동물사료로 주니 마니 하는 논쟁을 벌이는 사이 북한어린이 7만명이 굶어죽을 것이라는 통계다. 우리도 이제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인생의 행복지수를 찾아야할 때가 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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