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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월급날이면 우리는 회비를 약간 거둬서 회식을 하곤 한다. 그날 역시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약간 늦은 시간에 집을 나가게 되자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저기여! 빨리 오세요. 여기 XX횟집인데 모두 자리를 잡았거든요….” 다 먹고난 겁데기만 보게 될까 부랴부랴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술마실 것을 대비해서 차는 두고 갈 때는 버스로, 올 때는 택시를 탈 참이었다. 아마 밤 9시30분 정도(?.) 되었을 때 겨우 버스를 탔다. 마음은 급한데 버스가 잘 오질 않았던 것이다.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__^ 어서오세요.." 하는 웃음 띤 인사를 받았다. 운전기사 아저씨의 인사였다. 요즘같이 삭막한 시대에 얼떨결에 받은 인사였지만 한결 마음이 좋아졌다. 그렇게..버스는 출발을 했고, 잘 달리던 버스가 어느 정류소에서 정차를 했다. 기다리던 사람이 몇몇 타고 내렸는데 그 다음은 출발을 할 생각을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버스가 도로변에서 약간 빠져 있어서 뒤에 차를 보고 끼여들려고 기다리는가?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계속 출발을 하지 않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점차 짜증이 나기 시작한 승객들은 "아저씨 차 출발 안해요?" 하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때 기사아저씨는 " 잠깐만 기다리시겠어요, 이 차의 종점까지 가는 버스는 이것밖에 없거든요. 저기…” 아저씨의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보퉁이를 끌고 힘겹게 버스 문을 오르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기사아저씨는 서둘러 할머니의 손을 잡았고, 뒤에서 보퉁이를 받힌 채 간신히 올라서는 두 아이의 모습도 보였다. 할머니는 연신 가픈 숨을 몰아쉬며 "죄송합니다. 늙은이라 빨리 뛰질 못해서…”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이들은 이미 버스기사와 아는 사이인지 "아저씨∼”하며 인사를 했고, 아저씨는 급히 시동을 걸며 "오늘은 많이 팔았니? ”하며 정다운 웃음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곤 천천히 밤거리를 달리며 "할머니가 부모없는 손자소녀를 키우기 위해 양말장사를 하신답니다. 막차를 놓치면 가지도 못할 것 같아 제가 양해도 없이 서 있었어요. 늦으시더라도 이해를 좀 해주십시요”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급하게 땀을 훔치던 할머니는 기사아저씨의 말에 연신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빨리 회식자리에 가고싶어서 잔뜩 짜증이 났던 나는 순간 코끝이 시큰해져서 운전대를 잡은 기사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그리곤 "기사아저씨 참 훌륭하십니다”.하고 소리치자 빨리 가지 않는다고 언성을 높혔던 중년의 신사도 따라서 박수를 치며 "내 오랜만에 버스를 탔지만 이렇게 기분좋은 버스는 처음입니다”하며 활짝 웃었다. 그러자 남은 승객들도 하나씩 '참 멋진 아저씨군요’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활짝 웃는 승객들 위로 운전대를 쥔 아저씨가 한 손을 높이 흔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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