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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장에서 푸성귀를 살 때면 덤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집 떠나 10년간 자취생활을 하는 동안 시골집에서 쌀이며, 양념, 고구마, 감자 등등 농산물을 갖다 먹었다. 그렇게 했던 것은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어머니의 극성스러운 사랑 때문이었다. 동생과 나는 탁상시계 벨소리가 울리면 도로 버튼을 누르고는 '5분만 더'를 찾다가 출근시간이 임박해서야 허둥지둥 집을 나서곤 했다. 그러다보니 아침식사를 챙겨먹기는 커녕 출근해서 자동판매기의 커피나 율무차로 고픈 배를 채우곤 했다. 그리고 저녁시간은 회식과 야근에 밀려 집에서 밥을 먹는 날이 드물었다. 어쩌다 '밥 좀 해먹어야지.' 하고 큰 마음먹고 냉장고 문을 열면 집에서 집에서 갖고온 갖가지 푸성귀와 농산물이 상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버리면서도 아까웠고 어머니에게 죄송스러웠다. 가끔 집에 내려갔을 때 어머니가 농산물을 싸주시면 안가져가겠다고 사양했지만 가져가기 귀찮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말씀을 번번이 거역할 수는 없었다. "얘야, 시장에서 사먹는 채소는 농약을 많이 살포한 거라는 말이 많더구나. 또 싱싱하지 않아서 몸에도 별로 좋지 않아." 거기다가 언젠가 한번 '밥도 안 해 먹는데...' 하고 말했다가 어머니께 호되게 야단을 맞은 적도 있던 터라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갖고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내려와 농사일을 도우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채소는 거름을 내고 밭을 갈아 씨 뿌리고 김을 매주는 등 뜨거운 햇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허리펼 사이 없이 바쁘게 일을 해서 얻은 소중한 농산물이라는 것을. 시장에 내다 판다고 해도 값이 너무 헐해 비료나 농약값을 제하면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무공해 채소라며 이웃이나 친척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다. 그럴 때마다 속좁은 마음으로는 아깝게만 생각했다. 오늘은 어머니께 서울 동생에게 다녀오겠다고 했다. 동생은 아직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혼자 자취를 하고 있으므로 가끔 동생을 돌봐주기 위해 서울을 가곤 했다. 어머니가 동생에게 보낼 미나리를 뜯으러 개울과 논으로 가셨다. 나도 가끔 시간이 있으면 쑥이나 냉이, 미나리를 캐러 다니지만 생각같이 나물캐는 일이 쉽지는 않다. 개울주변은 내다버린 쓰레기로 지저분한데다가 여기저기 떨어진 유리조각 때문에 발을 다칠 염려까지 있기 때문이다. 농사일로 바쁘셨지만 어머니는 자식에게 보낼 미나리를 뜯고 쑥과 취나물도 캐어 가방가득 채우셨다. 나는 어머니가 건네주는 가방을 받으며 씁쓰레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동생이 어머니의 이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 하고. 오늘 동생의 자취방에 가서 이 미나리를 삶아 무치고, 쑥국을 끓이면서 동생을 기다려야겠다. 우리 몸엔 이 땅에서 나는 나물이 어느 식품보다 보약이며, 강건한 신체를 지켜준다는 것을 어머니처럼 동생에게 설명할 것 같다. 그러나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해진 동생이 이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래도 꼭 설명을 하면서 먹여야지. 언젠가 저도 나이가 들면 나처럼 깨닫게 될 날이 있을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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