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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계란부침은 학생들 최고의 도시락 반찬이었다. 계란부침을 해줄 때마다 젓가락 싸움을 벌이는 우리 3형제를 위해 어머니가 마당한구석에 병아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병아리는 자라 알을 낳기 시작했고, 닭장에 들어가 달걀을 들고나올 때마다 어머니는 만면에 웃음을 띄셨다. 암탉이 점점 늘어날 때마다 우리는 어느 아이들보다 풍족한 계란요리를 먹을 수가 있었다. 어머니대신 닭장에 들어가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알을 가만히 들고나올 때면 내 입가에도 신비로운 미소가 감돌곤 했다. 그렇게 모은 달걀을 어머니는 시장에 나가 팔아 옷과 책가방, 학용품 등을 사는 데 보태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우리 삼형제에게 중대 선언을 했다. 내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는 계란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막내동생이 울상이 된 얼굴로 이유를 묻자 어머니는 "형 졸업식날 좋은 옷 한벌을 해주기 위해서다" 라고 말했다. 졸업식은 한달 가량 남아있었고, 그 졸업식에서 나는 전교생 대표로 우등상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설명을 듣는 두 동생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나는 마음이 아팠다. 동생을 섭섭하게 하면서까지 새 옷을 입고싶지 않아 "엄마가 내 옷 때문에 걱정이 되신다면 차라리 그 날 상을 받지 않겠어요" 라고 말하자 동생들은 "아니야, 형이 상을 받을 때 엄마도 같이 연단에 올라가시는데 얼마나 좋으시겠어, 형 달걀모아서 새 옷을 사”하며 곧 얼굴을 펴고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어머니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나를 불렀다. 달걀이 매일 두 개씩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일주일 내내 그렇다는 것이었다. 닭장은 대문에서도 한참이나 안쪽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쉽게 도둑맞을 염려가 없는 장소였다. 설사 도둑이 들었다해도 하필 두 개만 들고간단 말인가. 밤마다 대문을 철저히 잠그고 대문 근처에 개를 묶어두는 방법까지 동원했지만 없어지는 계란 두 알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일이 계속되는 동안 졸업식이 다가왔다. 약속대로 어머니는 읍에 나가 내 옷을 사 오셨다. “바지는 입던 것을 그냥 입어야겠구나. 달걀이 없어지지만 않았더라도 살 수 있었을텐데”어머니는 새 옷을 내놓으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졸업식날 가장 아끼고 아끼던 한복을 입고나선 어머니, 그때 우리 모두는 늑장을 부리는 막내동생을 기다리기 위해 한참이나 마당에 서 있었다. 어머니의 재촉에 부산스럽게 방문을 연 막내가 쭈빗쭈빗 하얀 고무신 한 켤레를 어머니 앞에 내놓았다. 그제서야 나는 한복치마 밑으로 코를 삐죽 내밀고 있는 어머니의 낡고 헤진 고무신을 바라보았다. 나는 막내보다 더 따뜻하게 생각지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가 엄마 주려고 매일 알을 두 개씩 모았어요. 야단치지 마세요, 달걀 두 개는 어디까지나 제 몫이었으니까요" 어머니는 연단에 서기도 전에 눈물을 펑펑 쏟아 몇 년만에 한 화장을 다시 고치셔야 했다. 우리에겐 달걀이 단지 반찬으로서가 아니라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해주던 시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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