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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어머니가 더 간절히 생각나는 때다. 논어에 보면 ‘樹欲靜而風不止 子欲孝而親不待(수욕정이풍부지 자욕효이친부대)’라는 구절이 있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으나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식은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가게마다 예쁜 카네이션들이 장식돼 있고, 부지런히 꽃을 고르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어머니 생전에 그 카네이션 하나 달아드리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카네이션은커녕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말을 할 줄도 몰랐다. 돌아가신 다음에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뼈에 사무쳤다. 어머니는 집 나이 쉰여섯에 돌아가셨다. 그 시절 모든 어머니가 다 그렇듯 오직 자식만을 위해 일만하다 세상을 떠나셨다. 너무도 일찍. 그날은 묘하게도 12.12사태(1979년)가 일어난 날이다 보니 사관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병상에 누워 계실 때도 자주 뵙지 못했고 밤 새워 간호한번 하지 못했다. 영동읍 이수공원에는 ‘효자 임세환 선생 효행상’이 서 있다. 임 선생은 1954년 모친이 방아를 찧던 중 벨트에 옷이 걸려 하반신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자 자기 살을 떼어 이식수술을 하도록 했다. 그때 나이 16세 중학생이었다 한다. 열악한 의료설비로 인해 마취도 안한 상태에서 생살을 25cm 잘라 이식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상상도 되지 않는 일을 중학생이 어머니를 위해 행한 것이다. 워낙 크게 다친 상태라 그의 모친은 이듬해 세상을 떠났고, 임 선생도 후유증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교사로 근무하던 31세에 일찍 생을 마감했다. 전설 같은 우리 고장의 효행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 효행상 앞을 지날 때마다 옷깃을 여미게 되고, 어머니 병간호 한번 못하고 임종도 못 지킨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늦게 철이 들어 효도하지 못한 후회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가끔씩 글로 옮겨 적었다. 자식들 중 유일하게 임종도 못 지켰으니 어머니의 헌신적인 삶과 이웃을 돕고 베풀며 사시던 모습을 정리해 ‘어머니 노래’라는 책으로 발간해 영전에 바쳤다. 뒤늦은 효도지만 집안 후손들, 그리고 책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쇠락해가는 ‘효’ 문화 속에 어머니의 참 삶을 알리고, 조금이나마 ‘효’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는다. 출세해서 가문을 빛내고 잘 사는 것도 효도라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살아있는 사람의 만족을 위한 자아실현 추구가 아닌가 싶다. 불효한 주제에 ‘효’를 운운하기 죄스럽지만 아직 효도할 대상이 있는 사람들은 부모가 옆에 계시다는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큰 복인지 깨닫고, 훗날로 미루지 말고 지금 효를 실천하길 권하고 싶다. ‘효’란 큰 게 아니다. 부모님이 기뻐할 일이면 효다. 따뜻하게 안부 전화를 드리고, 맛있는 음식 한 끼라도 같이 먹고, 다정히 손잡고 산책이라도 함께 하는 것. 그래야 먼 훗날 자신이 더 편하다. 정성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을 게 아닌가. 이제 5월 말이면 37년 간 몸담았던 군(軍)을 떠나게 된다. 청운의 꿈을 안고 육군사관학교로 향하던 날(1978년), 아들 배웅을 나오신 어머니를 뒤로하고 기차 소리에 영동역으로 급히 뛰어가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오래 군복을 입게 해준 조국과 군, 늘 따뜻한 성원을 보내주셨던 고향 어르신과 주변분들, 그리고 고락을 함께한 전우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번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 산소 앞에 카네이션을 심었다. 그리고 전역식 하는 날 다시 찾아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게 됐다고 신고를 드릴 작정이다. 직업군인 생활을 하며 어려움도, 위험한 작전활동과 훈련도 많았지만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된 것도 부모님이 건강한 몸으로 길러주셨고, 멀리서나마 지켜주신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다려주지 않는 부모, 살아계실 때 잘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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