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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애국가 2절 첫 구절이다. 어느 날 문득 남산위에 그 소나무가 궁금해졌다. 일부러 서울 남산에 소나무를 보러 갔다. 이웃집 나들이 가듯 한 게 아니라 일부러 날을 잡아 행장을 꾸려서 갔다.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엘 올랐다. 케이블카 위에서 ‘철갑을 두른 듯’한 소나무를 보기위해 열심히 아래를 살폈지만 철갑을 두른 듯한 소나무는 찾을 수 없었다. 남산의 명물인 남산 타워도 올랐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러나 타워에 올라 둘러봐도 남산 어디에도 철갑을 두른 듯한 소나무는 없었다. 실망을 한 채 내려오다 안중근 의사 동상이 있는 곳을 지났다. 정원수로 소나무를 가지런히 심은 어느 기관을 지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일본 솔인 리키다를 심어 가꾸고 있었다. 기가 막혔다. 일본은 우리의 얼을 말살하기 위해 남산의 우람한 소나무들을 다 베어냈다는데, 민족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 동상 옆에서 일본 소나무를 정원수로 가꾸고 있다니. 모르는 건가 아니면 배알이 없는 건가. TV뉴스에도 방송이 된 것 같은데 시정된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영락없는 구세대 늙은인게야’ 하고 자조하며 돌아섰지만 못내 씁쓸하기만 하다. 소나무 사랑이 유별나 몇 년 전, 영동의 한적한 곳에 우람한 소나무가 있는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 소나무 밑에만 서면 세상을 다 얻은 듯 든든하다. 새벽 어스름에 가만히 휘어진 소나무 가지를 올려다보면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묵상이 절로 든다. 그 유명하다는 경북 울진의 금강소나무는 또 어떤가. ‘사는 게 박하다 말게, 만고풍상을 지고 나는 천년을 살았네’ 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려운 시절에도 소나무는 이 땅의 기운을 돋워주었을 지킴이 나무들이 아닌가. 그런데 요즘 나는 불안하다. 지난해 매곡면에서 소나무 에이즈인 ‘재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이번엔 학산면에도 재선충으로 나무가 고사됐다고 한다. 이 소나무들을 지켜야 할텐데 정말 걱정이 태산이다. 재선충이 걸리면 소나무가 갈색으로 변해 죽게 된다. 한번 번지면 주변 나무도 모두 고사한다. 내 집 소나무도 어떻게 될까봐 나는 날마다 좌불안석이다.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방제를 거듭하고 지켜서 있을까. ‘솔아 솔아 푸른 솔아’. 모든 소나무가 그 빛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한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뿐만 아니라 이 땅의 소나무는 모두가 영원히 푸르게푸르게 이어져야 할텐데…. 민영이(전 문인협회영동지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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