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벽두에 생활비관 자살
- 아내는 도망가고 생활은 궁핍하여 어린 딸을 옆에 두고 나무에 목매 -
(1930년 1월 4일, 3면 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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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벽두인 지난 1월 1일 아침에 충북 영동군 영동읍내에서 약 3마장 되는 동동골 강변언덕에서 포플러 나뭇가지에 새끼로 목을 맨 40세 가량된 시체 1구가 발견되었는데, 그는 영동군 영동면 매천리의 김영필(金永弼, 39세)로 확인되었다. 그는 지금부터 7,8년 전에 자기 아내와 다투고서 자기 집에 방화를 한 결과로 4년 징역까지 살고 나왔다. 그 수에 다시 자기 아내와 만나 살아오던 중 생활이 갈수록 궁핍해지자 그의 아내는 어린 딸까지 남겨 두고 가출하였다.
하는 수 없이 어린 딸을 데리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친척들에게 의탁하여 근근히 지내 오던 중 작년 12월 29일에 표연히 자기 친척집에서 나와 어린 딸을 앞세우고 이리 저리로 문전걸식하며 지내 왔다. 그러던 중에 추위와 굶주림속에 부녀가 장차 살아갈 길이 막연하게 되자 그는 극도로 비관하여 새해를 하루 앞둔 그믐날 저녁에 딸을 데리고 동동골 강변으로 가서 물에 빠져 죽으려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어린 봉이가 아버지를 부르며 목놓아 올자 차마 딸이 보는 앞에서 죽을 수가 없었던지 다시 물속에서 나와 어린 딸을 그곳에서 떼어 놓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강변 언덕에 있는 포플러나무에 목을 매어 죽은 것이라 한다. 어린 봉이는 멀리서 자기 아버지가 목을 매는 것을 보고서도 울기만 하다가 근처 마을로 들어갔으나 철모르는 아이라 자기 아버지가 목맨 사실도 알리지 못했는데, 이튿날에야 마을 사람들이 발견하였다고 한다.
이 급보를 들은 영동경찰서에서 수많이 경관과 의사가 현장에 출동, 시체를 검시한 후 친척들에게 연락, 장사를 치르게 하였다는데 이 소식을 들은 인근 주민들은 그의 비참한 죽음을 불쌍하게 여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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