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구현 시인은 1898년 영동군 양강면 산막리에서 태어났으며 영동공립학교(현 영동초등학교)를 마치고 동경에 있는 미술학교를 다녔다. 시, 소설, 서화에 모두 능통하여 1920년대 초반에서 1930년대 중반까지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였다. ‘시조4장’(시대일보, 1926. 6. 7.)으로 문단에 데뷔한 후 아나키즘을 표방하는 작품을 계속해서 발표했다. 프로문학과 궤를 같이하는 우리 문학에서의 아나키즘 문학은 권구현을 축으로 김화산, 이향, 강허봉 등에 의해 전개되어 ‘자연론적 사회관’, ‘자주적 개인’, ‘공동체적 지향’이란 아나키스트 공통의 사유를 문학에 담아냈다. 특히 흑성의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당대의 억눌리고 가난한 자들의 자화상 및 아니키적 전망을 엿볼 수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1920년 후반 이론투쟁은 아나키즘(‘자유’ ‘억압에서의 해방’)과 카프(볼세비즘문학운동) 논쟁은 전체적인 프로문학의 방향전환을 가져다주었다. 또한 서화에도 조예가 깊어 조선미술대전에 3회나 입상하였음은 물론, 동경 백조회미전 등에도 발표하였다. 그리고 영동에서 처음으로 1931년에 영동청년동맹회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1934년에는 조선일보청주지국 주최로 미술강연회도 열었다. 이외에 미술평론에도 조예가 깊어 ‘선사시대의 회화사’, ‘속수인물화 강의’, ‘덕수궁 석조전을 보며’, ‘조선미술단평’등의 작품을 남겼다. 시집으로는 ‘흑방의 선물’(영창서관, 1927)이 있는데, 시조를 변형한 시가에서 시적 현실인식의 대응을 힘 있게 볼 수 있다. 그 후 30여 편의 시를 신문과 잡지에 발표했으며, 대표작으로는 ‘구천동 숯장사’ ‘열 손가락’ 등을 꼽을 수 있다. 양산 송호리 숲을 걷다보면 숲과 조화를 이룬 조각공원을 만나게 되고, 양산팔경에 속하는 여의정, 용암, 강선대를 둘러보며 솔숲을 헤매다 길을 잃을 즈음 권구현 시인의 ‘구천동 숯장수’ 시비를 만나게 된다. 외로운 별 하나 외로운 별 하나 떨어질 듯 깜박이고 있는 천마령 놓은 재를 이슬 찬 이 밤에 어찌나 넘으려오? 눈 날리는 겨울에도 이재를 넘고 넘었더니 넘으렴으나 넘으렴으나 한 행전 넘으려므나 넘다가 죽으렴으나... 끄트럭과 돌부리에 채여 한방울 두 방울 흐르는 피가 재ㅅ길을 억만 번 물들여 준대도 까막까치 밖에는 울어줄 이 없는 아랑곳 없는 네 신세라니... 가엾다 구천동 숯장수야 누구를 기다리느냐 너 한 몸 뿐인 것을 어서 넘으려므나 부엉이소리 그치기 전에 - 저 별이 사라지기 전에 - - 권구현 「구천동숯장수」전문 - 권구현은 시와 평론, 미술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하였는데, 일제 강점기 하에서 아나키스트를 자처하며 민족 문제와 사회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치다 마흔의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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