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풍에 쓰러진 4백년된 전나무가 장승으로 다시 태어나 마을 입구에 세워졌다. 상촌면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이득영)는 지난 9일 주민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면소재지 입구 도로변에 장승을 세우고 제막식을 가졌다. 이곳 장승은 상촌면 흥덕리에서 400년 이상된 전나무로 지난해 3월 강풍에 쓰러지자 주민들이 헛되게 버릴 수 없다며 면사무소에 기증한 것이다. 높이 50m에 밑 둘레가 6m인 거대한 전나무는 8개월간의 건조과정을 거쳐 목공예가 김종협(해성공방 대표)씨에 의해 높이 5m의 장승 한 쌍으로 제작됐다. 또 장승에 흔히 쓰이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대신 영동이 백두대간이 지나는 고장이라는 의미를 담은 ‘태고의 신비’, ‘생명의 쉼터’라는 문구도 새겨졌다. 흥덕리 주민들은 마을의 액운을 막고 풍년을 기원해 정월 대보름과 추수 뒤 제를 올리는 보호수였고, “나무가 쓰러질 때도 인근 주택 2채를 덮쳤지만 지붕과 창고 건물 일부만 부서졌을 뿐 인명피해를 내지 않았다”며 돼지머리와 막걸리를 준비해 정성스럽게 고사를 지냈다. 상촌면 백낭기 면장은 “400년간 애환을 함께해온 수호신을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만큼 장승이 된 전나무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마을을 지키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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