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암환자 담당자가 된지 6개월째, 언제나 절망과 보람을 함께 느끼며 유방암 환우들을 만나러간다. 통증을 견디면서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72세 할머니. 늘 명랑하시던 얼굴이 핼쑥해져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우리 며느리도 몹쓸 유방암이래, 맨 날 울고 있어. 친구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하며 눈물을 쏟았다. ‘마음을 터놓고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분들을 도와줄 방법이 뭐가 없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인터넷과 신문, 잡지 등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유방암환자이면서 강의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 ‘한유예강회’라는 단체가 눈에 확 들어왔다. 당장 연락을 하니 서울에서 영동까지 회장님이 흔쾌히 강의를 하러 와주겠다는 것이다. 너무 고맙고 설레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유방암 환자들의 만남을 주선한 첫날, 몸과 마음이 아픈 40~50대 여성 12명이 참석했다. 유방암 어떻게 투병할 것인지, 2차 발병 진단법과 예방 등 초빙 강사의 강의는 유익하게 진행됐다. 암을 앓는 환자들이라 얼굴도 지쳐있으려니 생각했는데 뜻밖에 활기차고 유쾌한 모습이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강의가 끝난 후 그동안 겪었던 어렵고 힘들었던 일, 필요했던 것,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들을 서로 소개하면서 끝내는 모두가 펑펑 울고 말았다. 그들의 심정을 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나역시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모임의 이름을 우리는 ‘양지꽃’ 자조모임으로 정했다. 모진 풍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아픔을 견디며 노랗게 피어나는 양지꽃처럼 모두가 용감하게 병마를 이겨내고 오는 9월 2차 모임에는 한결 가볍고 생기있는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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